Under Pressure : Third Age

[매화문학/취미연성] 140자에 담지 못한 이야기 - 길에서 만난 고양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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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문학/취미연성] 140자에 담지 못한 이야기 - 길에서 만난 고양이

한매화 2019. 10. 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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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취미삼아 쓴 글로써, 트위터(http://twitter.com/maehwane) 교류해시로 출발한 글입니다.
※ 이 글의 저작권은 저(http://maehwane.tistory.com)에게 있습니다.

 

"애옹~"

어디선가 들려오는 여린 울음소리에 주변을 둘러보니,
어미품을 떠난지 몇 일 안되어 보이는 노란 코숏이 나에게 슬금슬금 조심조심 다가왔다.
나는 그 작은 코숏을 보며, 싱글벙글 미소를 지었다.

낯가림을 하지 않는 듯, 나에게 다가와 다리에 몸을 부비은 코숏은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조금 앙상하고 말라보였다.
안쓰러운 마음에, 허겁지겁 근처 펫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얇은 지갑을 탈탈 털어, 빠듯한 재산으로 통조림을 계산하고 나와,
코숏과 마주친 자리로 향했다.

하지만, 그 곳에 있어야 할 코숏은 없어서 두리번 거리다가
좀 전에 느낀 감촉에 뒤를 돌아보니, 어느 샌가 나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어쩐지, 매장이며, 지나가던 사람들이 날 보며 작게 미소지는 것 같더라니.
장난꾸러기 코숏 덕택에 나는 왠지 모를 감동을 받으며, 기분이 좋아졌다.

쭈구려 앉아, 통조림을 까서 녀석 앞에 두었더니,
누군가에게 뺏길까봐서 허겁지겁 얼굴을 들이밀어 먹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치유받는 나 자신에 놀라면서도, 계속 바라보았다.

 

그래, 이 녀석의 이름을 지어줘야겠다.
노란 코숏이니, 치즈로 정하자.
흔한 이름이지만, 이만큼 치즈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녀석도 없을 것 같다.

통조림을 다 먹은 치즈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쳐다본다.
일찍이, 나에게서 사라졌던 초롱초롱함을 치즈가 다 가져갔다고 생각했다.
쭈구려 앉은 상태에서 팔을 벌리니, 치즈가 품 안으로 슬금슬금 들어왔다.
머리와 턱을 쓰다듬어주다가, 품에 안자, 녀석은 금새 잠이 들려고 한다.

 

나는, 치즈를 품에 곱게 안고서, 어느 때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